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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노력/자기계발 이야기

러닝일기 1. 숨을 쉬지 못해도 화를 내며 달린다.

by 블코 bluebyco 2024.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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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달리기를 해본적이 있는가.

나는 달리기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키가 크고 빨라보인다는 이유로 체육대회 계주에 끌려갔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다지 잘 한 편은 아닌 것 같다. 신체적으로 뼈가 두껍고 살이 잘 쌓인다. 약간 평발이며 유산소를 그렇게 반기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힘들게 하는 것은 좋아하며 그것을 이뤘을 때 나는 짜릿한 성취감을 쫓는다.

 

요즘 러닝이 인기라 하게된 것은 아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제대로 달리기 시작했을 뿐이다.

 

1. 퇴근 후 루틴

저녁을 5시쯤 회사에서 먹고 6-7시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서 조금 휴식한다. 시계를 보고 8시가 되면 옷을 갈아입고 문을 연다. 7월, 비가 엄청 온만큼, 밖에서 달리지 못한 만큼 더욱 더 뛰고 싶은 날씨다. 그럼에도 1층에 문을 열면 갑자기 확 불어 닥치는 뜨거운 바람에 내가 한국에 있나 싶다. 5분정도만 걸어도 땀이 나는 33도. 저녁 8시에도 33도 라니. 24년 여름은 2008년 이후로 40도를 찍는다더니 진짜 인가 보다.

 

숨을 들이 마시고 내뱉을 때 조차 답답함을 느낀다. 공기에 더이상 내뱉을 공간이 없는 것이 느껴진다. 모든게 습하고 촉촉하다 못해 축축하게 늘어진다.

 

그럼에도 빠른 걸음으로 원래 러닝하던 곳으로 향한다. 나는 주로 경복궁 근처로 달리기를 하는데, 그 근처에 가면 금새 동기가 생긴다. 다양한 러닝크루들로 가득한 곳이다. 대부분 2030 처럼 보이고 그들의 신체는 족히 1년 이상 러닝을 했을 것 같다. 혼자서 달리기를 선호하는 나로써는 그저 보고만 있어도 <달리기> 란 이름하에 모인 느낌으로 만족한다.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동안 오늘의 러닝 플레이리스트를 추린다. 나는 가사가 없고 차분하지만 비트가 빠른 노래를 선호한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진 모르겠지만 Shallou, EMBRZ, Sultan + Shepard, NTO 아티스트 노래를 좋아한다. 애플와치를 이용하여 달리기를 선택하고 서서히 달릴 준비를 한다.

 

2어디서 본 영상은 있어서 바로 달리기를 하지 않고 한발씩 두번 콩콩 하고 발을 바꾸며 빠르게 점프하며 시작한다. 점프를 하면 금새 숨이 차기 시작한다. 한국이 얼마나 습한지 깨닫게 해준다. 숨이 차자마자 몸에서 수증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다- 스스로 정한 선이 지나면 마음을 다잡고 러닝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달리고 달린다. 15분 정도 달리면, 화가 난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달리기를 하면 정말 화로 가득찬다. 힘들어서 아무 생각을 할 순 없지만, 감정을 느낄 순 있다.

 

초반에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이런 힘든 짓을 왜 하는지 이해가지 않았다.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났고 이걸 하고 싶어 했던 남편에게 화가 났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화가 나는 줄 알았다. 최근에도 달리기를 하다 때때로 화가 나곤 하는데, 내가 추론해봤을 때는 평소에 화를 내는 성격이 아니라 운동할 때라도 분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신비 아닐까 싶었다. 나에게 러닝은 화를 내게 해주는 도구 같은 모습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오히려 이 점이 더욱 좋았다. 기질적으로도 온순한 탓에 화를 낼 일이 없는데 이렇게 라도 응어리를 분출하는 것이 더 건강하게 (?) 느껴졌기 때문이다.

 

3. 러닝에 집중하기

그러나 화를 내며 두 다리에 집중하여 달리고 호흡법을 균일적으로 유지하고 시선을 앞을 보고 허리는 곧게 세우고. 옆 사람과 부딪치지 않게 해야하며, 바닥에 돌이 튀어 나와있는지도 봐야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 집중을 하다보면 더이상 화가 나지 않고 숨이 세차게 몰아치기 시작한다. 힘들어서 더 못달리겠는 느낌이 들면, 약간은 서서히 걷다가 심박수 130이 되면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숨을 쉬지 못해도 화내면서 달리는게 때로는 좋게 작용하기도 한다. 화를 내고 나면 느끼는 속시원함을 러닝을 통해서도 같이 느낄 수 있다. 무언가 짜릿하고 해냈다는 성취감.

 

그래서 나는 33도 날씨에도 또 달린다.

 

© jennyhill,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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