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을 일하고 이틀 월화 쉬게되어 엄마랑 할머니랑 부산여행을 하러 가는 중이다. 원래는 다른 사람의 작별여행이었는데 부담스러웠는지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처음 가보는 구포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다. 버스에서 창 밖을 내다보며 노래를 들을 때면 지난 모든 날들이 스쳐지나가는 걸 간혹 느낄때가 있다. 미국에서 친구들과 버스를 탄 날, 엄마랑 베네치아 가는 버스 밖을 본 날, 고등학생 때 사람이 많은 버스안에 있엇던 날,,,
그러다 문득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는지 명확히 하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버스를 타면 정확한 목적지가 있고 나는 그곳에서 내려야한다. 어디를 갈지 정하지 않으면 그 수많은 버스중에 무엇을 타야하는지 모른다. 겨우 찾아서 타도, 목적지를 모르면 계속해서 주위를 살피거나 종점까지 가야할지도 모른다.
아빠가 보고싶고, 남편인 케일럽과 같이 살고 싶다. 엄마의 웃음 소리가 그립고, 할머니의 잔소리가 듣고 싶다. 남동생 재호의 투덜거림이, 우리집 고양이 코코의 부비적 거림이, 이 모든 것들이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 시간을 지나자마자 그리워 진다. 옆에 있을 땐 소중함을 알기가 쉽지 않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일과 명예를 올리는 것에도 열정적이다. 아직도 운이 좋게 회사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나의 목적지는 미국에서 케일럽과 같이 사는것이며, 현재 직무로써 미국에 취직을 하는 것이다. 정확한 목적과 목표가 있으면 길을 잃을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보고싶은 감정들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목적이 보는 것이라고 하면,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이라고 할까. 날씨가 추워지고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니, 아빠가 아팠던 계절이 생각난다. 추웠을 날씨에 패딩을 입고 당구를 치러간 날, 보일러를 잔뜩 키고 집에서만 있던 날,, 나뭇잎과 식물을 좋아하는 아빠께 작년 겨울은 <마지막 잎새>같은 느낌이었을까.
서울은 너무 추워서 이미 낙옆들이 전부 떨어지고 눈까지 내렸는데, 부산에 오니 아직 초가을같은 날씨다. 차갑게만 얼었던 마음이 여기에 오니 그새 녹았나 보다. 보고싶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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