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의 암 투병 회고록
결말을 아는 에세이가
이렇게 더욱 슬프구나
읽게 된 계기
지금까지도 시/에세이 부분에서 82위인 정도로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유명한 건 알았지만, 이 책말고 다른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죽음>이란게 인간과 가깝다고 느껴질 때, 살결에 닿아질 때, 그때 무심코 돌아보게되었다.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가? 있다면 하루에 몇번정도 하는가? 얼마나 깊이 생각하는가? 죽음을 생각하면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이 많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질문과 대답을 여러번 반복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진다. 피하고 싶고 알고 싶지 않은 존재이다. 그래서 의사와 환자를 오가는 사람 입장에서 읽어보는 에세이의 내용이 궁금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서평
나는 의학드라마도 보지 않고, 의학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니다. 의학보다는 뇌과학, 우주, 철학에 더 관심이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의학내용이 가득한 책을 읽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일요일 저녁부터 읽기 시작해서 출근하기 전에 읽고 밥먹을 때 읽고 퇴근하고 틈틈히 읽어서 화요일 저녁에 완독하게 되었다. 그정도로 다음의 글이 정말 궁금해져갔다.
그의 문체는 강렬하지만 겸손하고 다정했다. 수술에 대해 구체적인 병명이나 기술들이 나오는데, 일반인인 나도 소설을 읽듯이 그림을 그리며 매끄럽게 읽게 되었다. 그래서 글을 이렇게 써야하는 구나를 또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철학과 문학에 푹 빠진 사람이었다. 신의와 사명을 가지고 의사가 되기로 했다. 인생을 거의 의학으로만 매진했다. 그리고 폐암에 걸리게 된다. 의사와 환자사이에서 정체성에 대해 고군분투하다, 원하던 곳에서 일 오퍼가 들어왔을 때, 아이가 6-7개월쯤 됐을 때, 세상을 떠나고 만다.
결말을 알고 읽는 에세이가 이렇게 슬플지 몰랐다. 초중반에는 그의 사명과 뜻에 감명받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몰입이 되었다. 이렇게 소중하고 좋은 사람이 빨리 하늘로 가다니. 나는 너무 울어서 다음날 아침에 눈이 많이 부었다.
사돈의 팔촌까지 추천하는 이 에세이는 정말 꼭 읽어야 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면 현재를 중요시하고 감사하게된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잘해주게된다.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하고 정체성을 함께 찾고 의미있는 일들을 하려 한다. 그가 힘든 암투병 시기에도 이 책을 집필한 것에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렇게 마음과 생각을 울린 책은 오랜만이다. 다시 읽어도 또 울게될 것 같다.
그의 마지막 말
미래가 창창한 이 아이는,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한 과거만 남아 있는 나와 아주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이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그 메시지는 간단하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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