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인 행궁동을 거닐며 카메라 촬영 연습을 했다. 날이 정말 좋았던, 파란 하늘 가득한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혼자 조용히 이곳저곳 촬영하며 집에 돌아가려고 할 때 쯤이었다.
행궁동 광장에서 무료 그림 심리 검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시간도 남았겠다, 10분정도 줄서서 심리검사를 받으려고 했다. 광장에서 이뤄지는 거라 일반 테라피처럼 프라이빗하거나 안정적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좋은 기회였다. 심리검사는 우리도 한 번 쯤 들어본 것. 집, 나무, 사람, 해 그려보기. 그러나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던.
여러 종류의 색연필들이 있었고 나는 잠깐 생각해보고 빠르게 그리기 시작했다. 밝은 색의 해를 먼저 그렸다. 지붕이 있는 2층 집, 문, 창문들을 그리고 오른쪽 구석에 검정색으로 남녀를 그렸다. 그리곤 중앙에 큰 나무를 그리고 나뭇가지, 나이테, 사과들을 그렸다. 빠르게 해야할 것 같아서 더 터치하고 싶은 곳이 있음에도 다 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께서 그림을 보시더니 다음과 같이 술술 말씀해주셨다.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성공을 중요시 여긴다고. 그러나 과거에 가정과 자신을 너무 묶어서 보는 경향이 있어서 힘들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계속해서 힘들 거라고. 가족과 '나'는 별개라고.
직장생활을 얼마나 한지, 결혼은 어떤지 간략하게 물어보셨다. 그리곤 자신과 성공을 중요히 여기는데 때때로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낮아질 때가 있다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에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은 소중히 하되 발전하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사실 심심풀이로 받았던 그림 심리 검사였는데, 광장에 있던게 다행이지 갑자기 울컥했다. 나는 종종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건장하고 자기 의견이 확고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혼자 있을 때 자신감이 떨어지는 걸 느끼곤 한다. 요즘에 계속해서 포스팅하는 포트폴리오, 마케터, 프로젝트 매니저 같은 경우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하는지, 앞으론 어떻게 하고 싶은지, 방향성을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면, 30년이 되어서도 내가 누군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 이야기를 말하고 스스로도 자신을 깨닫지 못했는데, 나라고 내가 누군지 알까.
마음이 답답할 때면 다양한 인터뷰를 듣고 보고 여러 사람들의 생각들을 들어본다. 내가 일년전부터 듣고 있는 Jay Shetty는 사람에게 엄청난 다양성이 있고, 한 면만 보는 것은 상대방이 타인을 생각하기 쉽도록 만들어진 설계라고 했다.
듣다보니,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너무나 다양한 취향, 취미, 개성, 행동, 습관이 있는 시대에 어떻게 내가 누구인지 딱 잘라서 말할 수 있을까. 그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고 아껴주고 싶은 것들, 어떤 일을 했을 때 마음이 벅차오르는 것들.
세부적인 부분을 인지하고 알게되면 이런 것들이 모래알 처럼 모여서 '나'라는 해변을 만드는게 아닐까. 가끔 파도에 휩쓸려 모래알이 빠졌다 들어온다. 바람이 불어 모래알들이 이동한다. 누군가는 모래알을 퍼서 다른 곳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누구인지 생각할 수록 희미해지고 길을 잃게 된다면,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거나 현재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면 어떨까.
나이가 어릴수록 주변 환경에 영향을 쉽게 받고 빠르게 변한다. 그래서 젊을 수록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이 소중하고 감사한지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고 사색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진정으로 사색하고 깨닫고 발전한다. 같은 시간, 한 번의 삶이 주어지지만, 이런 의미를 깨닫고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그 깊이가 다를 것이다.
꾸준히 일기쓰며 사색하고, 걸어다니며 생각하고, 감사하고 현재에 머무르는 것.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인생의 큰 의미가 있는 루틴이다.
요즘에는 켄달 제너라는 사람이 정말 좋다. 그녀는 의견과 취향이 확고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기 때문이다. 나랑 비슷한 또래지만 젊은 나이에 저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게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까지 한다. 그리고 그런 면모가 그녀를 보여지는 단순히 '모델'로써가 아닌 '사람'으로써 느껴지게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보며 영향을 받는 나도, 누군가에게 인생에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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